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사디야트 섬 해안에 팀랩(teamLab)의 새로운 상설 미술관 ‘페노메나 아부다비(Phenomena Abu Dhabi)’가 2025년 4월 공식 개관했습니다. 이 미술관은 약 17,000제곱미터 규모로, 이전까지 세계 최대였던 도쿄의 ‘팀랩 보더리스’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디지털 아트 뮤지엄입니다. 하지만 이 전시의 진짜 차별점은 규모보다도 그 구조와 개념에 있습니다.
‘페노메나’는 팀랩이 20여 년간 추구해 온 몰입형 아트 철학의 결정체로, ‘Environmental Phenomena(환경 현상)’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더 이상 독립된 오브제가 아닌, 습도, 기류, 조도, 심지어 관람객의 움직임과 같은 물리적 조건에 따라 실시간으로 형성되고 변화합니다. 다시 말해, 공간 자체가 작품의 일부이자 유기체처럼 살아 숨쉬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것이죠. 팀랩 측은 이를 “작품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작품으로부터 태어난 공간”이라 표현했습니다.
관람 방식도 일반적인 미술관과는 다릅니다. 지도, 벽면 설명 없이 관람객은 안내 없이 진입하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작품과 일대일로 조우합니다. 예컨대, 입구의 첫 전시에서는 어두운 방 안에 놓인 물웅덩이에 손을 대면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기하학적 패턴이 환경 반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대표 작품 중 하나인 Levitation Void는 공중에 떠 있는 구체가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위치를 조정하고, Wind Form은 공간 내 공기 흐름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해 관람객이 ‘보이지 않는 것’을 신체적으로 느끼도록 유도합니다. 이처럼 작품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생물학적, 자연적 변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생성되며, 그중 일부는 이 공간의 조건이 아니면 구현조차 불가능합니다. 결국 팀랩 아부다비는 단순한 디지털 아트 쇼케이스를 넘어, 기술과 자연, 사람과 공간 사이의 경계를 해체하고자 하는 팀랩 철학의 궁극적 실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으로 바꾸려는 이 전시는 몰입형 예술의 다음 단계를 제시합니다. [더보기]